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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25년 07월 31일 농민신문-[학교의 재탄생] “한국의 전통문화 다양한 키트로 풀어내 널리 알리고파”
[학교의 재탄생] (28) 경남 거제 영공방 

모형 조립하는 재미 느낄 수 있는 공간 
정교하게 재현된 거북선 호기심 자극 
야외 체험장, 관람객 발길 끊이지 않아 

‘한국의 미’ 간직한 모형 개발에 관심 커 
숭례문 등 문화유산 구현한 제품 많아 
자체 개발 키트 600종 넘어 ‘독보적’

 

박영종 영공방 대표가 자신이 만든 전통 배 모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거제=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경남 거제시 둔덕면에 있는 ㈜영공방은 작은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모형 조립’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선박·비행기·건축물 등을 만들 수 있는 목재 모형 키트(조립 부품)를 제작해 판매하는 게 주력 사업이다. 실물의 미세한 특징을 잘 표현한 제품들을 만들다보니 모형 조립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영공방은 1999년 문을 닫은 옛 숭덕초등학교 학산분교에 터를 잡았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공간은 이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찾는 ‘모형의 세계’로 다시 태어났다.

 

 

운동장에는 거대한 거북선 모형이 전시돼 있다. 실제 비례와 구조를 반영해 제작한 거북선 모형은 내부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영공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이다.

 

정문을 지나면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형 전시장이자 놀이터다. 중심에는 정교하게 재현된 거북선이 있고, 그 옆으로 예쁜 집 모형들이 줄지어 있다. 반대편에는 전통 초가집과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실물의 절반 크기로 제작된 집 모형은 직접 만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르내릴 수도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실제 비율과 구조를 반영해 제작된 거북선 모형도 내부 출입이 가능해 주말마다 방문객들을 불러 모으는 인기 전시물로 자리 잡았다.

폐교된 이후 한동안 방치됐던 학교 부지는 유치원으로 새 활로를 찾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했다. 이곳이 다시 활기를 띤 건 박영종 대표가 거제교육지원청에서 부지를 임차해 영공방을 확장·이전한 2003년부터다. 당시 박 대표는 공장규모를 키우려고 적당한 장소를 수소문하고 있었다.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해 고민하던 그에게 지인이 폐교를 알아보라고 조언했고, 교육청에서 지금의 장소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사무실·공장·체험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넓은 부지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빌린 공간이라 리모델링 공사를 크게 하긴 어려웠기에 공간을 실용적인 목적에 맞게 재구성했다. 옛 학교 본관은 UV 프린터와 레이저 절단기가 돌아가는 생산라인, 관사는 모형을 개발하는 사무실, 운동장은 모형 전시장으로 3단 변신했다. 영공방의 모형 키트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체험장 건물만 새롭게 들어섰다.

영공방은 모형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목재 모형 키트의 개발과 생산, 온라인 판매를 모두 손수 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목재 모형 키트만 600종이 넘는다. 부지 한편에 마련된 체험장은 학교·유치원 같은 단체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평일에는 지역 내 학생과 유치원생들이 주로 찾고, 주말에는 거제를 방문한 관광객들로 붐빈다.

공방에서 판매하는 키트를 조립해 만든 모형들

박 대표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모형 개발에 관심이 크다. 영공방에서 선보이는 모형 키트에 전통 배인 한선(韓船)과 기와집·초가집·숭례문 등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구현한 제품이 유독 많은 이유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조선업체에 입사해 선박 배관 모형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해외 출장을 나갈 때면 범선 키트를 사서 조립하는 것이 취미였지만, 국내에는 한국 전통 선박을 구현한 제품이 없어 아쉬움을 느꼈다. 결국 박 대표는 2000년 즈음 직접 한선 모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은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한선은 이후 다양한 고증을 거쳐 거북선·판옥선 등 점차 정교한 모형으로 진화했고, 전셋집 차고 한편에 내걸렸던 영공방 간판은 학교 부지를 개량한 번듯한 회사 건물로 옮겨 달았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배 위주로 만들었지만, 이후 초가집·기와집·숭례문·근정전 등으로 아이템을 다양화했다”며 “철저한 자료 검색과 고증으로 각 특징을 살려 실제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공방은 지역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상품의 개발·생산·영업·관리 등 다양한 팀에서 일하는 20여명의 직원은 대부분 거제도에 사는 주민들이다.

둔덕면에 사는 관리팀 이은화씨는 “우리 동네에는 수산물과 관련된 일 외엔 공장과 사무실을 갖춘 일자리가 드물다”며 “외지로 나가지 않고 사는 곳에서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영공방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명맥을 지키는 데도 힘쓰고 있다. 박 대표는 오광대 공연을 펼치는 지역의 전통예술단체에 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군함·탱크 등 한국 군사 장비의 모형을 개발해 우리 역사와 기술을 알리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며 “한국의 문화를 더욱 다양한 키트로 풀어내 국위 선양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거제=박자원 프리랜서 기자

    관리자 DATE   2025-08-25 13:36:23